우리는 점점 컴퓨터의 작동방식을 모방하고 있다
AI의 발전은 단순한 계산기라거나 지능적인 도구로 간주되던 컴퓨터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른 시각을 필요로 하고 있다. '컴퓨터'라는 기계가 계산능력에 초점을 맞춤 이름이었다고 할수 있는 것처럼, 이들을 가르키는 이름도 바꾸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생각하는 기계가 어떤 임계점을 넘어서게 되면, 단순한 도구나 장치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숙고해야 할 대상'이 된다는 걸 인정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인간의 생각하는 방식을 모방해서 컴퓨터를 만들고,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라는 기술도 신경망, 기억, 추론, 감각기관, 메타인지 같은 인간이 정보를 얻고, 이해하고, 저장하는 방식을 모방해서 발전해오고 있는 중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거꾸로 인간이 컴퓨터의 구조와 프로세싱을 모방하는 현상도 함께 벌어진다.
인지능력을 갖고 있는 대상을 향해 소통을 시도하고, 궁금한 것은 절대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인간의 본성이, 아마도 이 ’거대한 생각하는 기계’의 생각하는 방식을 이해하려 애쓰고, 인공지능이 이해하기 좋은 대화의 방식 (구조화된 입력 방법, 절차적 처리, 정리된 데이터셋의 공급 같은 프롬프팅의 기술 [Prompt Engineering])은 인공지능과의 대화법이자 그들의 언어에 대한 기초문법에 대한 이해과정이라고 할수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우리 자신이 모방의 대상이자 훈련의 대상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호모방의 나선형’은 점점 더 가속화될 것 같다. 우리가 외국어를 배우면서 궁극의 이해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그 언어권의 문화와 역사, 생활풍습을 익혀야 하듯, 우리가 인공지능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공존하려면, 우리는 그들의 존재방식, 설계와 구조, 작동 원리와 그것들이 외부 세계를 이해하고 알아나가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다소 인류학적인 방법론에 가까운 접근 방식이 요구될지도 모를 일이다.
인간이 창조한 존재인 건 틀림없지만, 점점 알수 없는 영역이 많아지고 있고, 그들의 무한한듯 보이는 거대한 힘이 두려워지기까지 하는 지금, 어쩌면 그 불안을 이기는 또하나의 방식은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고, 행동방식(?)을 모방하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