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각] 내키지 않던 일에 대한 단상

하고 싶지 않은 일에 손을 댄 것이 잘못이었던 것 같다.

'Blink'라고 하던가? 마음 속에서 어떤 신호가 내키지 않는다고 경보음을 울렸다. 호의로 애써 배려하는 것을 뿌리칠 수가 없었고, 회사를 빨리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그 일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짧은 직감이 이야기하려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희미한 경고의 외침이 있었지만, 나는 그만 욕심에 눈이 멀어버리고 말았다. 힘겹게 거친 파도를 헤치고 가는 조각배 같던 회사에 얼마간의 피난처를 제공해줄 수 있는 손길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창조적인 에너지로 재미있게 일하겠다는 생각으로 D&A를 시작했다. 자리를 잡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고, 그 시간 동안 고통스럽고 마음이 힘든 일들을 많이 겪을 것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알지 못했던 건 내가 그 입맛 쓴 경험을 견디어낼 준비가 되어 있는지의 문제였다. 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회사에 몸담고 있으면서 회사의 이익을 위해 개인적인 굴욕도 감내하였고 가치관의 혼란을 겪는 일도 견뎌냈기 때문에 잘 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비즈니스의 세계란 때로 냉혹하고 잔인하며, 잘 알던 사람들의 얼굴이 달라져 보이는 경험을 준다고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스스로 회사의 얼굴이 된 상황에 대해서 나는 오히려 냉철하지 못했다. 어찌 보면 스스로를 위한 일일 수도 있는 선택을 두고 자존심을 버리지 못했다. 못난 모습이었지만,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더욱 자존심을 세우고 싶었던 것인지 모른다.

원칙을 지키며 산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서로 필요한 부분을 주고 받고 각자 그 거래를 통해 이익을 얻는 거래란 있을 수 없는 것일까? 상생의 길, 파트너십, 동반자 관계라고 이야기하지만, 회사와 회사의 거래는 어느 편의 이익이 될 것이냐는 치열한 셈이 있게 마련이고, 힘의 논리로 우월한 눈높이와 보이지 않는 강권이 있게 마련이다. 그것을 부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조그마한 사무실, 적은 사람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나 다름없는 자본… 이 모두는 결국 회사의 얼굴로서 내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그런데 왜 그 몫을 해내지 못했을까? 마음 속에서 내 자신에 충실 하라는 외침이 요란하게 울렸다. 굽히는 일이 어려웠던 것이 아니라, 처지에 따라 재설정되는 인간관계를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다. 차라리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나는 아마도 편안한 얼굴로 자존심을 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러지 못했던 것이 이해는 될 수는 있겠지만, 조금 더 냉철하고 차분하게 회사의 이익을 위해 처신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키지 않는 거래에는 앞으로도 응하지 않을 작정이다. 원칙은 지키기가 어렵고 한 번 허물면 그것으로 회복할 수 없는 이지러짐을 당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때문에 회사의 성장이 더딜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충실하고 정직한 노력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일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어렵고도 긴 여정이겠지만 끝내 원칙을 지켜낼 수 있기를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수완 좋은 장사치는 내게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지 않은가? 사람을 남기는 좋은 장사꾼이 되겠다던 허황된 믿음을 다시 돌아본다.

Read more

우리는 점점 컴퓨터의 작동방식을 모방하고 있다

우리는 점점 컴퓨터의 작동방식을 모방하고 있다

AI의 발전은 단순한 계산기라거나 지능적인 도구로 간주되던 컴퓨터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른 시각을 필요로 하고 있다. '컴퓨터'라는 기계가 계산능력에 초점을 맞춤 이름이었다고 할수 있는 것처럼, 이들을 가르키는 이름도 바꾸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생각하는 기계가 어떤 임계점을 넘어서게 되면, 단순한 도구나 장치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숙고해야 할 대상'이 된다는 걸 인정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By Andrew Yim
AI 에이전트 아키텍처 최신화 및 데이터 활용

AI 에이전트 아키텍처 최신화 및 데이터 활용

엔터프라이즈 AI의 패러다임은 범용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단순 도입을 넘어, 고도로 전문화된 '에이전트(Agent)'의 오케스트레이션으로 급격히 진화했습니다. 이 리포트는 지난 1년간 이루어진 다양한 기술적 혁신 - Meta의 Llama 4 생태계 출범, DeepSeek의 추론 비용 혁명, Google Gemma 3의 엣지 컴퓨팅 도약—을 반영하여 새로운 관점에서 Deep Research를 수행한 결과물입니다. (feat. by Gemini 3 Pro)

By Andrew Yim
정보와 미디어가 넘쳐나는 세상 속에 ‘참된 앎’이라는 게 더욱 어려운 물음이 되었다

정보와 미디어가 넘쳐나는 세상 속에 ‘참된 앎’이라는 게 더욱 어려운 물음이 되었다

AI 대화창에 막되먹은 질문을 던져도 찰떡같이 그럴싸한 답을 찾아주고, 필요한 정보를 요약해 떠먹여주기까지 하니, 깊이 생각하고 본질을 통찰하는 사고는 자꾸만 미뤄지고 덮혀져버린다. 게으름은 살아있는 생명체로서 본능에 가까운 것이어서인지, 행동에 더딘 만큼이나 생각을 안하려는 습성은 어쩔수가 없는 것인가 싶기도 하지만, 똑바로 정신을 차리고 핵심을 놓치지 않으려는 경각심을 유지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By Andrew Yim
인간의 노동과 존재의 가치가 무너지고 부정당하게 되면

인간의 노동과 존재의 가치가 무너지고 부정당하게 되면

우리는 어떤 의미를 붙들고 살게 될까? 고상한 예술과 이상을 꿈꾸는 몽상가로서 유유자적하게 될까? 컴퓨터와 로봇이 노동을 대체하고, 의술과 생물학, 병리학의 발전으로 어쩌면 영원히 살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지는 몸뚱이를 갖게 되면, 인간은 그 무한성과 자유로움 속에서 어떤 것을 소중하게 간직하게 될까? 내가 알던 거의 모든 것들의 가치가 떨어지고, 흔해빠지게 되고, 손쉽게

By Andrew Y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