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어떻게 완성되는가? - 새로운 스토리텔링의 방식을 찾아서

디지털 시대의 스토리텔링은 어떤 특징과 차이가 있을까? 미디어의 디지털화와 적극적인 창작자로서 등장한 새로운 새대의 이야기에 대한 왕성한 욕구는, 이전까지 우리가 알던 스토리텔링의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탄생하고, 확장-변이를 거치며, 네트워크 속에서 완성된다.

이야기는 어떻게 완성되는가? - 새로운 스토리텔링의 방식을 찾아서

콘텐츠 빅뱅과 새로운 이야기 방식의 탄생 

하루에도 수백, 수천개의 이야기가 ‘뉴스’로, ‘포스팅’으로, ‘커뮤니티 게시물’로, ‘동영상’으로, ‘*톡’으로 흘러다니고 있습니다. 오늘날 하루에 쏟아져나오는 이야기는 우리 아버지 세대에서는 평생 걸려도 접해보지 못한 분량을 넘고도 남습니다.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이야기들을 실어나르는 서비스들은, 매일 매일 새로 생겨나다시피 하고 있고 스토리텔링의 형식과 이용 방식은 저 마다의 문법과 규칙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Age of Storytelling
Age of Storytelling
그 중에 누구나 한번쯤은 접해봤음직한 것들 중 몇몇만 예로 들어보면 이렇습니다.이 채널과 플랫폼들에 흘러다니는 콘텐츠들은 한 장의 사진이거나 몇 컷의 웹툰이기도 하고, 140자의 텍스트와 링크이기도 하며, 때로는 한 편의 영화와 같은 동영상이기도 합니다. 어떤 것은 무료한 초등학생의 장난에서 시작된 것이기도 하고, 새로운 독자를 만나기 위한 미래의 예술가의 피나는 창작물이기도 합니다. 이 중에 어떤 것은 소리 소문없이 ‘무플지옥’의 무관심 속에 사라지기도 하고, 어떤 것은 뜨거운 논란과 호응 속에 9시 뉴스의 한 자락을 차지하기도 합니다. 

새로운 이야기 방식과 문법의 방향성 

이들의 콘텐츠 생산과 이용 방식은 너무나 독창적이고 개성넘치는 형식과 문화를 이루고 있어서, 일일이 그 차이를 읽어내는 것이 거대한 연구 대상이기 때문에, 딱히 한 두 가지 특징을 짚어내기도 쉽지 않지만, 그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변화의 방향은 다음과 같은 공통점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 이야기의 ‘작자’를 특정하기 어렵거나 집단적인 참여를 통해 이루어진다. 
  • ‘댓글’이 단순한 의견개진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콘텐츠에 개입한다. 
  • 처음부터 계획된 구상에 의해 만들어진다기보다, 참여자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맥락이 결정된다. 
  • 모방, 변형, 패러디, 재편집 및 재구성이 자유롭게 이뤄지고 형식상의 자율성을 추구한다
  • 사람들 사이의 관계망을 통해 콘텐츠가 유통되고 소비된다. 
  • 수 많은 네트워크를 타고 전파되어 영구적으로 기록되어 잔존되며, 언제든 특정 상황에서 다시 생명력을 얻어 소비된다. 
  • 개인간의 사적 대화 형식과 대중(또는 다수의 대상)을 염두에 둔 공적 이야기 방식이 별 차이없어 동시에 사용된다. 
  • 저작권이나 초상권 같은 법률 또는 기성 사회의 권위나 질서에 대한 노골적인 거부 또는 조롱을 특징으로 한다. 

새로운 이야기 방식이 만드는 기회와 위기

누구나 이야기를 만들 수 있고, 누구나 원하는 스토리를 골라 볼수 있는 세상, 어디선가 본듯하고 어딘지 닯은 듯한 이야기들이 넘쳐나고, 누구나 평론가라도 된 양 콘텐츠를 품평하고 의견을 달 수 있는 이 새로운 이야기의 생산과 소비 방식은, 이전에는 결코 상상해볼수 없던 신세계로 우리를 이끌고 있는 중입니다. ‘미디어’라는 것을 통해 콘텐츠가 매개되던 시대에는, 좋으나 싫으나 누군가의 선택과 편집(gate-keeping)에 의해 ‘읽혀질만한 것’이 선택되고 ‘일정한 품질 기준(?)’을 요구받는 게 당연시 되었습니다. 어느 분야이건, 어떤 표현 방식이건, 일정한 ‘완성도’를 가질 것이 요구되었고, 대중적인 취향과 사회적 도덕율을 거스르는 것은 미디어의 선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꽃을 피우고 있는 ‘뉴미디어의 시대’에는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독자와 청중을 만날 수 있고, 특정한 취향과 관점을 가진 사람들만을 위한 콘텐츠 중계가 가능해졌습니다. 더 이상 팬과 독자를 만나지 못하는 창작자도 없어지게 되었고, 자신이 원치 않는 콘텐츠를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받아들여야 했던 ‘대중(public)’은, 자신의 신념과 취향을 충족시켜주는 작가와 커뮤니티를 찾아 스스로 검색하고, 관계를 맺으며, 그들을 후원하는,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소비자 그룹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새로운 변화가 우리에게 긍정적인 ‘기회’만을 부여하는 건 아닙니다. 매일 매일 쏟아지는 콘텐츠와 이야기 중에서, 우리는 아주 극소수만 선택적으로 접하게 되고, 그 중의 아주 일부분만 주의를 집중해서 귀를 기울이고, 그 중에 거의 한 두개 정도만 기억 속에 남겨두게 됩니다. 이야기를 만드는 입장에서 보면, 내가 만드는 이야기가 뉴스이건, 농담이건, 진지한 창작물이건 간에, 이 희박한 확률을 뚫고 독자(청취자, 소비자 또는 관객)을 만나야 하는 셈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이야기를 만드는 주체로서의 ‘작가’에게도, 이야기를 소비하는 ‘독자/관객’에게도 새로운 행동방식과 관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예고되어 있습니다. 

이야기는 독자와 소비자에 의해 완성된다! 

이야기는 더 이상 ‘작가’라는 창작자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작가의 권위는 희미해지고, 이야기는 하나의 생명체처럼 작가의 손을 떠나 사람들 속을 떠돌면서 스스로 성장해나갑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이야기는 언제든 ‘새로운 참여자’의 손길을 타고 새 생명을 (혹은 잉여물을) 얻게 됩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메가히트를 친 디즈니의 <겨울왕국>은 뜨거운 상영의 열기가 채 식지도 않은 현재에도 수 많은 패러디 영상과 팬 픽션, 소재를 본뜬 그래픽, 합성 사진, 게임과 놀이로 변형되고 있습니다.  <스타워즈>가 유수한 팬 커뮤니티들이 생겨나고, 헤아릴 수 없는 팬 픽션들이 만들어지기까지 20여년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면, <겨울왕국>은 단 몇 달만에 그에 버금가는 유관 컨텐츠와 네트워크를 형성해가고 있는 중입니다. 또한 이러한 시대적 변화와 팬덤 현상을 응용하여 계획적으로 이러한 상호작용을 기획해내는 사례(ex. <헝거게임 : 캣칭파이어> 사례)도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습니다. 나날이 진보하는 디지털 기술의 혁신은 능동적 창작욕구(?)를 가진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변형과 놀이’를 가능하게 하는 수단을 제공하고 있으며, 그 결과물을 손쉽게 퍼트리고 만드는 재미의 결과를 실시간으로 맛볼수 있는 짜릿한 기회를 제공해줌으로써, 이야기의 생성과 소비의 전과정에 있어서 ‘독자/관객’의 역할을 바꾸어나가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독자/관객은 ‘능동적 수용자’를 넘어서서 ‘공동 창작자’ 또는 ‘독립적 편집자’로서 그 지위를 요구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야기를 완성시키는 주체로서의 독자/관객의 존재를 진지하게 의식하며 그들과 행복한 동거를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이야기 생산방식’을 준비해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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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점점 컴퓨터의 작동방식을 모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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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발전은 단순한 계산기라거나 지능적인 도구로 간주되던 컴퓨터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른 시각을 필요로 하고 있다. '컴퓨터'라는 기계가 계산능력에 초점을 맞춤 이름이었다고 할수 있는 것처럼, 이들을 가르키는 이름도 바꾸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생각하는 기계가 어떤 임계점을 넘어서게 되면, 단순한 도구나 장치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숙고해야 할 대상'이 된다는 걸 인정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By Andrew Yim
AI 에이전트 아키텍처 최신화 및 데이터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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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프라이즈 AI의 패러다임은 범용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단순 도입을 넘어, 고도로 전문화된 '에이전트(Agent)'의 오케스트레이션으로 급격히 진화했습니다. 이 리포트는 지난 1년간 이루어진 다양한 기술적 혁신 - Meta의 Llama 4 생태계 출범, DeepSeek의 추론 비용 혁명, Google Gemma 3의 엣지 컴퓨팅 도약—을 반영하여 새로운 관점에서 Deep Research를 수행한 결과물입니다. (feat. by Gemini 3 Pro)

By Andrew Yim
정보와 미디어가 넘쳐나는 세상 속에 ‘참된 앎’이라는 게 더욱 어려운 물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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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대화창에 막되먹은 질문을 던져도 찰떡같이 그럴싸한 답을 찾아주고, 필요한 정보를 요약해 떠먹여주기까지 하니, 깊이 생각하고 본질을 통찰하는 사고는 자꾸만 미뤄지고 덮혀져버린다. 게으름은 살아있는 생명체로서 본능에 가까운 것이어서인지, 행동에 더딘 만큼이나 생각을 안하려는 습성은 어쩔수가 없는 것인가 싶기도 하지만, 똑바로 정신을 차리고 핵심을 놓치지 않으려는 경각심을 유지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By Andrew Yim
인간의 노동과 존재의 가치가 무너지고 부정당하게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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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의미를 붙들고 살게 될까? 고상한 예술과 이상을 꿈꾸는 몽상가로서 유유자적하게 될까? 컴퓨터와 로봇이 노동을 대체하고, 의술과 생물학, 병리학의 발전으로 어쩌면 영원히 살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지는 몸뚱이를 갖게 되면, 인간은 그 무한성과 자유로움 속에서 어떤 것을 소중하게 간직하게 될까? 내가 알던 거의 모든 것들의 가치가 떨어지고, 흔해빠지게 되고, 손쉽게

By Andrew Yim